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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LG

평택 생산시설 베트남으로 이전 LG 스마트폰

by 탄슈 201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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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최첨단 산업 중 하나다. 삼성, 애플, 화웨이 등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이 가장 격렬히 싸우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첨단이란 말엔 '큰 투자가 필요하다'는 속뜻이 숨겨져 있다. 그거 없이 첨단 시장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첨단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그래서 대규모 투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법칙을 벗어나는 큰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는 보통 연구개발(R&D)이나 생산시설 구축 및 확충에 돈을 쓰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런데 그것은 겉만 본 것이다. 실제로는 사람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다. 연구개발도 생산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크면서도 혁신적인 기업'과 '작으면서도 정체된 기업'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인건비 아껴 겨우겨우 살아남은 기업은 있어도 그렇게 해서 크게 혁신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LG전자의 최근 결정은 이점에서 매우 아쉽다. LG전자는 25일 평택에 있던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모두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LG전자가 밝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다. 수익성 개선은 수긍이 가지만 베트남 인건비가 평택보다 훨씬 싸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다. 과연 이번 조치로 그 목적이 달성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생산에 관한 인건비를 줄이고 그 돈으로 연구개발과 관련된 인건비를 대폭 늘린다면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애플은 이를 극대화한 경우에 속한다. 생산은 모두 외주기업에 맡길 정도며, 사내 핵심 경쟁력과 외부 기업과 협력할 사안을 잘 구별해 핵심 경쟁력에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인 셈이다. 그 덕에 애플은 세계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LG전자가 그 길을 갈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이번에 결정을 내리는데 영향을 줬을 사업 진단이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지와 결정을 내린 주체가 누구였는지 이다.

이번 결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당연히 인건비가 과했다는 진단을 통해 나온 결정일 것이다. 과연 인건비가 문제였을까? LG 스마트폰 사업의 문제가 과다한 인건비 탓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까?

 

LG 스마트폰의 수익성이 낮았던 것은 인건비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세계적인 빅 메이커로서 살아가기에는 볼륨이 너무 작았던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이 옳고 그렇게 봤다면 LG는 볼륨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했을 것이다.

왜 안 팔리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내서 비용을 줄이기보다 투자를 늘려 승부를 보려 했을 것이다.

 

물론 어렵고 모험적일 수 있지만 모험을 피해 가면 첨단 시장에서는 싸울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형식적인 결정은 LG전자 경영진이 했을 것이고 구광모 LG 회장의 승인을 얻었을 것이고 구 회장은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구했을 수도 있다.

 

이 과장에서 LG 그룹 2인자 격인 권영수 부회장 의견이 상당히 영향을 줬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LG전자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LG전자 경영진이 알아서 결정한 일이라 해도 최소한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충분히 잘 아는 사람이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최악의 경우 '접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까지 보이며, 진짜로 접을 경우 국내 산업과 LG전자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종합 소비자 가전회사한테 스마트폰은 단지 한 품목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다른 소비자 가전제품의 미래에도 영향을 주는 일종의 '안테나 사업'이다. 스마트폰이 무너지면 다른 제품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전자왕국 소니가 그렇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소니에겐 워크맨이 안테나 사업이었다. 삼성이 반도체에 비하면 훨씬 적은 이익을 내는 스마트폰에 사활을 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무너진다는 것은 종합 소비자 가전한테는 최전선이 뚫려버리는 일이다. 그게 뚫린다면 남는 것은 오직 '비용 대비 효과' 전략일 뿐이다. 문제는 그 단순한 전략으로 다른 가전에서 중국과 맞서 이길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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