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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워런 버핏, 아마존 주식 1조원어치 샀다, 지금 사도 될까

by 탄슈 2019.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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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투자를 제일 잘한다고 알려진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서 아마존 주식에 1조 원을 투자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아마존 같은 인터넷 기업은 거품으로 뭉쳐있는 환상일 뿐이며 콜라나 캔디, 비행기 같은 눈에 보이는 물건을 잘 만드는 기업에만 투자해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스스로 그 주장을 수익률로 입증해온 사람이다.

그가 IT 기업의 대명사이자 거품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온 아마존 주식을 사들인 것은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워런 버핏은 왜 아마존 주식에 투자를 했을까요.? 그는 그 이유를 "아마존 주식이 싸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지만 아마존은 회사가 설립된 이후 지금의 주가가 제일 비쌉니다.

 

10년 전에는 '너무 비싸다'라고 했던 아마존을 주가가 그 이후로 몇 배가 오른 지금은 '싸다'라고 하는 이유를 추측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진실은 워런 버핏 말고는 모르니 맘 편하게 상상을 해보자면 최근에 세상이 꽤 변한 것이 그 이유로 생각됩니다.

 

■ <1> 경제성장의 공식이 달라졌다

경제는 뭔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을 통해 성장합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경제활동은 '뭔가를 더 많이 생상해 내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꿈에도 생각 못했던, 자동차라는 물건이 발명되고 그걸 더 효과적으로 저렴하게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고 그걸 소비하는 시장이 계속 넓어지고 그러다 보니 더욱더 많이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제 인류가 충분히 많은 발명을 해내서 더 이상 뭔가 새로운 걸 발명할 게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혁신활동의 중심은 '새로운 걸 창조하고 만드는 것'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100년 전의 혁신이 자동차를 더 싸게 많이, 튼튼하게 만드는 포드의 생산방식 같은 것이었다면, 지금의 혁신은 자동차를 더 싸게, 더 자주, 더 편리하게 이용하는 '서비스'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우버나 카카오가 시도하는 일입니다.

 

■ <2> 개발도상국은 먹고 살 게 없다

과거의 성장은 선진국이 뭔가를 발명하면 중국을 비롯한 노동집약적인 나라에서 그걸 싸게 만들어내고 노동력조차 충분하지 않은 나라들은 그걸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자재를 팔아서 성장의 과실을 비교적 골고루 누렸습니다. 대당 1000만 원짜리 자동차를 만들려면 이 과정에 포함된 모든 이들의 기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혁신은 예를 들면 아마존이 그동안 3일이 걸리던 배송기간을 24시간으로 줄이는 일입니다. 그걸 줄인다고 사람들이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해서 쓰는 것도 아닙니다. GDP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가져가는 몫만 더 늘어납니다.

 

과거에 저렴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는 혁신은 미국의 발명가와 이탈리아의 디자이너와 중국의 노동자와 브라질의 철광석 탄광 광부가 모두 참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의 유통 혁신이나 우버의 차량 공유 시스템은 몇몇 천재들이 소프트웨어의 코드 몇 개를 고치거나 이들의 단독 투자만으로 이뤄냅니다. 혁신의 성과도 당연히 공유되지 않고 독식합니다.

 

직업의 지리학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통계를 인용하자면 혁신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특허출원의 50%는 미국의 4개 주(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워싱턴)에서 나오는데 1980년대에 이들의 비중은 30%였습니다.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대졸자 연봉은 전통 공업도시인 미시간의 대졸자 연봉의 2배인데 새너제이에서 일하는 고졸자 연봉조차 미시간 고절자 연봉의 2.5배에 달합니다. 숙련 근로자든 비숙련 노동자든 혁신의 중심부에 있어야 돈을 번다는 의미입니다.

 

혁신의 수단인 반도체를 우리나라가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그 덕분에 혁신의 체인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으니까요.

 

2000년과 2014년, 글로벌 벨류체인에 참여한 기업들의 부가가치에서 노동의 몫과 자본의 몫을 비교하면 14년 사이에 노동의 몫이 크게 줄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 <3> 사람들이 달라졌다

미국에서도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는 전체 쇼핑액의 5%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에서 뭔가를 구입한다는 건 아직 주류가 아닙니다만, 그 공식이 빠르게 깨지고 있습니다. 신기술에 익숙한 세대들이 빠르게 나이를 먹고 있고, 마트에서 장보기를 즐기던 세대들은 빠르게 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텍스트보다 동영상이 익숙하고 전화기를 그리라고 하면 수화기와 다이얼을 그리기보다는 네모난 스마트폰을 그리는 이른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가 6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쯤 됩니다. 이들은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이 2019년을 기점으로 성인이 됐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나라의 20~60세 성인층의 1/3이 Z세대가 됩니다. 이들은 알람 시계보다 AI 스피커를 사용하는 데 더 익숙하고 방송국과 넷플릭스의 차이를 굳이 구별하지 않으며 뭔가 물건을 사러 가서 상인과 대화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의 세대에게 아마존은 신기한 청년들이 만든 이상한 서비스였지만 Z세대에게는 아마존이 그냥 시장이고 쇼핑몰입니다.

 

워런 버핏은 경제성장은 뭔가를 더 생산해내는 것이며, 사람들이 인터넷으로만 물건을 살 것이라는 가정은 그야말로 가정에 불과하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가치 사슬이 이제는 좀 다르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버핏의 바뀐 생각이 옳다면 경제성장은 신제품 생산의 증대가 아니라 분배 방식의 혁신에서 일어날 것이며 그건 선진국, 그중에서도 핵심지역이 주도할 것입니다. 브릭스라고 불리는 자원대국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고 우리나라가 먹고사는 방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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